(09.01.28 복왕, 조리사 이모, 양왕)

전역모를 쓰고 전역백을 메고 그는 그렇게 떠나갔다. 육중한 덩치 만큼이나 휑하니 비어버린 그의 자리는, 황량한 날씨 만큼이나 우리를 쓸쓸하게 했다.

옆에서 보는 사람 정신없게 쉴새없이 채널을 돌려대며 테레비를 보던, 좁디 좁은 휴게실에서 꿋꿋이 헬스한다며 아령을 들고 내리던, 취사장 뒷편 돌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던, 그 모든 모습들이, 이젠 추억이 되겠지.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캐년, 림스틴, 짬호영, 쟈스틴, 쌍표, 다원
복왕, 노왕, 양왕, 위제트, 릴로정, 빨래, 털보)

12월군번 - 1월군번.. 그다음엔 내 차례다. 말년 특유의 축 쳐지고 늘어진 시간 뒤 끝끝내 맞이하는 전역, 그 날 이후로 시간은 굴절되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간다.

어제 최후의 만찬, 취사병 냉동파티 때에는 그렇게 잘 나오던 이야기들이, 오늘은 하나같이 분절되고 어색하기만 하다. 말을 아끼고자 하는 것이 아닌데, 그와 우리는 이제 분리되는 것일까? 제 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이 그런 것일까? 아직도 남은 정이 남산만한데, 편지지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은 협소하기만 하다.

한달 선임 노왕이 말했다. 지금까지 만난 어떤 불알친구보다도 너랑 함께한 시간이 더 길 것 같다고. 나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친구와 2년 가까이 24시간 함께 생활을 해봤겠는가. 그렇게 나의 모든 시간과 상대방의 모든 시간이 부대끼는 군생활의 희노애락은 그대로 적나라한 유쾌함이 되어간다.

일병정기를 복귀할때 간부식당에 앉아있던 양왕의 첫모습부터, 오늘 전역하는 날까지, 그는 참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으로, 멋진 형으로, 그는 떠나갔다. 하지만 끝은 또다른 시작이다. 군생활처럼 지지고볶고 부대끼는 삶은 우리에게 다시는 없겠지만, 그 삶을 공유했던 기억들은 무엇보다도 튼튼한 인연의 끈이 될 것이다.

그가 전역모에 새겨주길 원했던 '해안의 전설 양왕 27세' 는 그렇게 정말 전설이 되었다. 안녕, 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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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09/10/28 15:40
해안의 전설 양와 27세....
참 늦게 갔네요. 나도 그 때 그 시절에 저렇게 지지고 볶고 살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병장 달고, 전역 전까지 파견나가서, 그런 즐거움들을 못 느꼈을 수도 있고.....

생각해보면, 징글징글 할 때도 있고, 그리울 때도 있고...

국방부 시계는 돌고 돌아서, 우리를 다시 원래 위치에 데려다 주나요? 약간 굴절 시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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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09/11/04 19:19
지지고 볶는 재미.. 분명히 있습니다ㅎ 지금도 느끼고 있고, 앞으로는 추억이 되겠지만은..ㅎ

어쨌든 저도 60일 뒤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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