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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zed under 보낸 편지함 & written by BO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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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3대대 취사장을 지키는 조리용사님들께.
편지 쓰길 좋아하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운 너희들에게 집어든 펜놀림이 서먹한 것을 보니, 그동안 함께 해온 고마움, 미안함, 즐거움 등이 뒤섞인 기나긴 세월이 어지간히도 아쉬운가 보다.
나보다 앞서간 하병장부터 근래엔 귀범이까지 다들 집에 가면서, 두고 가는 후임들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정리한 편지를 남기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고민을 했다. 너희들을 알게 되고 함께 한 시간을 공유했던 관계성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앞서간 선임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너희들에게 전한다는 것이, 일종의 형식적인 말년 행사의 연장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개개인에게 쓰는 내용이 전체적으로 비슷할 것을 감안해 분대원 전체를 상대로 이 편지를 쓰고 있지만, 이 일상적인 창작의 고통이 상투적이지 않도록, 최선의 효율을 다하고자 하는 나의 졸필이 이심전심의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선임들의 지나간 편지처럼 이것 또한 곧 잊혀지겠지. 나 또한 너희들의 선임으로서 사람 사이의 정을 안고 떠나는 심정을 알아줬으면.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선해지듯, 나 또한 집에 갈 때가 되니 그간의 힘들고 짜증스러웠던 기억들은 옅어지고 즐거웠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들이 중심이 되어간다.
그동안 썼던 편지 원고들만 해도 책 한권의 양이 되지만, 휴가 때 다시 읽어보니 건질만한 내용은 의외로 얼마 되지 않았다. 이는 아마도 군생활에도 시간의 힘이 작용해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욕망에 자연스럽게 넘어가고만 취사선택의 변화무쌍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읽어보기도 벅찬 대단한 분량의 취사일기도 동시성의 작용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 전역과 함께 기억과 감정도 모두 화석처럼 변해갈 것임을 인지해 주길. 분대원들과 조금 더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하고, 힘들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도 재미와 웃음을 찾는 낙천성을 획득하길 바라며, 지금의 현재성에 충실한 기록을 위해 어렵사리 글자를 조금씩 이어간다.
쟈스틴에게 책을 읽고 정리하는 습관, 메모와 기록의 소중함을 배웠고, 유쾌한 이야기와 속 깊은 멘트들이 참 좋았다. 림스틴과 함께 한 철권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 마음을 여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간접적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인간관계의 지혜를 일러준 것에 감사한다.
위제트에겐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일에 찌들었던 나의 일말상초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그 일의 책임자로서 스스로를 채찍질한 너의 노력은 더욱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릴로에겐 좀 더 노래를 배웠어야 했는데 기회가 부족했던 것 같다. 넌 목소리로 감정을 컨트롤하는 멋진 소울을 가진 아이다. 휴가 때 양왕과 나를 보러오도록!
오박사는 특유의 성실함과 거침없는 실천력을 가진, 에너지가 대단한 사람이다. 뭐든 열심히 하니 어디서든 제 몫을 하리라 믿는다. 털보는 친구이면서도 짬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늘 아쉽고 미안했다. 어서 존댓말 없이 자연스러운 관계로 거듭나고 싶다 친구야! 나의 말년을 윤택하게 해줘 고마웠다. 그리고, 막내, 앞으로 갈 길이 멀겠지만 어서 능숙해지길 빈다. 열심히 잘 하고 있으니 늘 최선을 다하길.
마지막으로 항상 어머니처럼 의지가 되었던 존경하는 조리사 이모님, 이모님은 취사장의 희망입니다.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인도해 주시는 이모님의 인품은 두고두고 취사병들의 귀감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항상 육체적으로 피로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마저 공존하는 취사장에서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거야. 하지만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며 버텨나간다면, 모두 어느새 해방의 날을 맞이하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군대이긴 했지만, 상명하복으로 권위의식으로 똘똘 뭉친 곳이 아닌, 자연스럽고 인간다운 취사장이었기에, 앞으로도 그 특유의 분위기 잃지 말고, 한 식구처럼 지내길 바란다.
그동안 나이만 많이 먹었지 결코 어른스럽지 않았던 나의 응석을 받아주느라 모두 고생했다. 너희 한명 한명 모두 좋은 후임들로 기억하고 위병소 문을 나설 수 있게 되어 기쁘기 한량없다. 날 믿고 잘 따라와준 너희들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했다.
24시간 늘 부대끼며 함께한 식구의 정, 그 과분한 따스함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며, 끝은 곧 시작임을 잊지말고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마주쳐도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소중한 인연으로 남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