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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전쟁영웅이 되었다
[왼쪽부터 기름 / 반골 / 밤꽃 / 거품 / 돼박 / 좌철]
소총수, 취사병, 정보병, 수색대, 보급계, 해병대, 공군, 의경 등 각지로 흩어져서 복무하던 우리의 이야기들은 그간 졸졸졸 개울처럼 흐르다가 예비군 훈련과 함께 강이 되었다. 남자의 평생 화제거리라던 군생활은 오늘 다시 과거에서 '현재'가 되었고, 그 힘든 시절을 이겨낸 사람들인 만큼, 고생을 했든 편했든, 때깔이었든 아니든 우린 모두 하나의 동질의식으로 버스에 탔다. 비록 우리는 이제 모두 군역을 마친 만큼 당나라 군대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전투복은 거지같은 추억을 끌어내는 묘한 힘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갓 1년차 예비군들은 그랬다. 다만 이미 2년차인 좌철만은 귀찮음의 극치를 옷매무새로 표현하며 해체주의를 표방했다. 하지만 무더기 복학으로 인한 화려한 예비군 진영은 좌철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고, 그는 야상 주머니에 들어있던 공군 견장을 꺼내 분대장으로 추대되고자 했다. 기꺼이 우리는 그에게 견장 수여식을 실시하고 그를 허수아비 분대장으로 추대했다. 스스로도 공군에서 겪은 병장 9호봉의 위엄과 예비군 선배로써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녹색 견장이 아닌 파란색 공군 견장은 그가 예비군 훈련을 끝낼 때까지 그의 어깨에 달려 있었다.
각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던 찌질하면서도 전설적인(?) 병맛같은 군대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군웅할거했다. 우리는 부질없게도 '내가 더 고생했다, 내가 제일 힘들었다'라는 논리를 서로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두 자신의 군생활이 제일 힘들었다. 이 와중에 의경인 돼박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경찰생활은 그의 고생과 관계없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갔다. 백골이 진토된 백골부대 병장, 상의에도 온갖 글자를 새긴 해병대 병장, 칼라 수색 마크를 단 이기자 수색대 병장, 매복왕 언석 병장, 요리왕 한망둥 병장, 자체 usb 인증 반골 병장, 모두가 개말년의 포스로 돌아가 그들은 누가 가장 힘들었냐고 할 때도 언성을 높이고, 누가 가장 때깔이었냐고 할 때도 그러했다. 오직 총을 바닥에 내던지고 아무곳에나 방탄을 내동댕이치는 좌철만이 끝까지 때깔론으로 일관했다.
아무리 예비군훈련이 빡세졌다고 해도 학생예비군만은 예외였다. 하기싫고 지겨워하는 우리만큼 교관도 귀찮아하고 학생들의 태도에 일일히 대응하지 않았다. 조교들도 어영부영, 이미 군생활을 마쳤던 우리가 여기서 또다시 병정놀이를 하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딜 가나 말동무가 우르르 몰리는 놀이터같은 예비군 훈련은 하루쯤 소소한 이벤트로 삼기엔 즐겁게까지 느껴졌다. 물론 지루하고 피곤하고 추웠다. 동원훈련 도우미를 했던 나로서는 이러한 훈련이 2박3일이나 지속된다면 얼마나 예비역을 늙게 만들지 충분히 통감할 수 있었다.
[역전의 용사들]
시가지 전투, 정신교육
반대편에서 물감 폭탄이 날아왔지만 아무도 약진하지 않았다. 선배님들 모두 이쪽으로 이동하십니다! 터벅터벅.. 발사되지도 않는 총을 들고 전방의 간판까지 이동하자 훈련은 끝났다. 정신교육은 분명 자리에 앉아있었고 박수도 쳤지만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개 지친 좌철 vs 개 신난 의악 : 음양의 조화 좌우합작]
맑은 사리곰탕의 폭리를 고발한다
[마진율이 극대화된 맑은 사리곰탕]
우리 부대에서도 이정도로 묽은 곰탕을 배식하지는 않았다. 으레 조리하던 '맑은국' 류를 떠올렸다. 감자와 양파와 파로만 구성된 감자국에 다시다만 넣으면 고기 맛이 나듯, 묽은 곰탕에도 마술을 썼는지 의외로 먹을 만했다. 배고프고 지겨워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까.. 궁상의 의악은 국과 밥을 더 타오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잠시 취사병스러운 사고를 하자면, 예비군에게 사골곰탕을 제공하는 이유는 설겆이가 편하기 때문이라는 소견. 취사지원도 없는데 오리고기 같은 메뉴가 나온다면 설겆이는 아마도 전쟁일 것이다. 이 맑은 국은 예비군 훈련장의 최선인 것이다. 이 맑은국의 가격은 무려 5천원.
사격 불합격
나는 훈련소부터 k2밖에 만져본 적이 없었다. 학교 친구들은 반신반의하지만 어쨌든 나는 3대대 최고의 저격수였다. 심지어 저격수 선발대회에 참가해 수색대 친구들을 물리치고 1등을 차지하고 연대장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근데 그런 화려한 경력과 관계없이 오늘 난 불합격했다. 6발만 대충 쏘고 가면 되서 막 쏜것도 아니고, 나름 잘 쏴보려고 노력도 했다. 근데 오늘 쏴야 하는 총은 m16이었다. 총 사용법은 금방 익혔지만 문제는 탄피 배출 구조에 있었다. (k2 기준으로) 좌수자인 나는 왼쪽 볼을 개머리판에 대고 방탄의 끝이 조준점에 걸치게끔 최대한 접영점을 가까이 했었다. 하지만 m16은 개머리판이 길어서 견착이 어려웠고, 총의 구조상 총을 쏠 때마다 탄피는 자꾸만 내 오른쪽 볼을 스쳤다. 3발째부터는 볼에 탄피가 튀지 않을 생각부터 하고 한참 얼굴을 뒤로 빼고나서 다시 총을 쏘니, 5발만 한 자리에 모이면 합격인 영점사격에서 3발, 3발씩 탄착군을 형성시키고 말았다. 무려 좌철 따위도 합격한 이 사격에서, 심지어 현역 시절 저격수였던 나는 1시간 조기퇴소의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매복과 제네바 협정
조교의 교육에 질문을 던지는 예비군들. 아무리 예비군이라도 일병 조교보다는 아는게 많았는지 질문은 제법 난해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조교는 미끼를 보내 적을 유인한다며 위기를 넘겼지만 미끼를 보내는게 말이되냐는 교관에게 털리고, 뒤이어 실시된 매듭법과 포박법에 대한 조교들의 시범은 우리들에게 더 큰 웃음을 선사했다. 상병은 긴장한 나머지 포박끈으로 일병의 목을 과하게 졸랐고, 그때 누군가가 '제네바 협정에서 그런 비인도적인 행위는 금지되었다!!'라고 외쳤다.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퇴소
퇴소식이 끝나고, 1반부터 차례로 퇴소해야 한다는 말을 모두 무시한 채 우르르 달려나가는 예비역들. 조기 퇴소한 동기들은 이미 학교에 도착해서 술자리를 잡아 놓았고, 나는 의악과 함께 뒤늦게 술자리에 합류했다. 퇴소 전에 받았던 9천원은 순식간에 증발하고, 우리는 오랜만에 말년병장의 나태하고 호기로운 모습으로 돌아가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마찰
귀가하려던 중에 곽선배와 마주쳤다. 너무도 당연하게 친한척하며 달려들었다가 어처구니 없게도 한 선배에게 손찌검 당할 뻔한 위기도 있었다. 친한 선배에게 친한 표시를 내는 것이, 안친한 그의 화를 돋궈 두들겨 맞을만큼 잘못한 일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전투복을 입으면 전투적으로 변해 상무정신을 추구하게 되는 건지 참.. 상황이 어찌되었건 선배니까 아무 말대꾸 없이 군대식으로 죄송하다고만 했다. 반복적으로 죄송하다고 말하며 모욕을 참아냈다. 난 그의 후임도 아니거니와, 더구나 나이는 동갑이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오늘 같이 예비군 가서 고생한 처지고 선후배 모두 예비군 복장으로 즐겁게 모인 자리인데.. 요즘처럼 고학번들끼리 모이기도 어려운 시점에 왜 저렇게까지 주먹다짐을 전제로 욕설과 화를 내뱉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때문에 나도 적잖이 화가 났다. 그래도 잘 참았다. 그렇게 한바탕 난동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가방 안에는 터진 초코우유가 전액 흡수가 된 상태였고, 건빵 주머니에는 미처 반납하지 못한 방탄 내피가 들어 있었다.
오늘의 교훈
정리하면, 아침에는 신났다가 오전 오후 내내 지루하다가, 저녁에는 신났다가, 밤에는 분노했던, 의도치 않게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1년차로써 이번 훈련으로 배운 점이 몇가지 있었는데 여기에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건빵주머니에 주전부리를 충분히 챙겨갈 것
2. 여분의 핸드폰 밧데리는 필수
3. 우유는 받는 즉시 먹을 것
4. 쓸데없는 마찰은 피하자
5. 간부화는 진리
6. 학생 예비군 >>>>>> 동원 예비군
(써놓고 보니 정작 훈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 뿐이다)
나의 1년차 예비군 훈련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루짜리 예비군 훈련도 이렇게 지루한데, 장차 2박3일의 동원훈련은 어떻게 버텨낼 것인가!! 왜 친구들이 학생 예비군만을 고집하는지 이제 알겠다. 어쨌든 2011년 훈련은 여기서 끝~~
자꾸 그럼 곤란하다며..;;;
두고보자.
아 저는 16~18일까지 동미참 훈련인데 벌써 짜증이 밀려오네요 ㅠㅠ
그래도 4년차라 내년부터는 좀 편할 것을 기대하며 받아야겠네요 : )
글 제목도 '코스프레'라고 작명하여 스스로가 오덕이며 오복임을 칭송하는 것이 아름답소.
그리고 역시 저들 중 단연 돋보이는 군복 모델은 오복
우리는 하루 예비군하면 재미있게 참가했는데, 학교에서 벗어나서 좋아서.... 요즘은 솔직하지 못 하군요.ㅋㅋㅋ
달리기는 재미있게 놀았답니다.
2층 창문으로 올라가기. 나무판자와 2인이 밑에서 받치고, 그 위로 올라갈 때... 창턱을 잡으니, 무겁다고 떨어져 나가고, 공중에 대롱대롱.... 떨어지면 다칠 것 같아. 정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건물로 들어갔는데....
정말 실전이었으면, 이미 총맞아 죽었을 거임...
와서는 똑같네요. 술판... 못 먹는 술. 그러나 그런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하루 정도는 찌들은 공부를 벗어버리고... 해방감을 느껴보는거.... 다음 날은 역시나 힘들었지만요.
너무 널럴하다보니 왜 여기서 추위에 떨면서 하루를 없애야 하지? 그런 생각마저 들더군요.. 1년에 한번쯤 이런 병정놀이도 괜찮은 것 같긴 해요ㅎ
내년에도 같이 갈 수 있기를 기약해보는 ㅋ
:D
우연히 홈피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와의 그 일 참,,,,저로서도 잘 납득이 안가는군요
사실 그렇죠, 다같이 늙어가는 처지인데
저는 영종도 정부기관단지안에서
서로 소속이 다른 선배기수들,후배기수들(사실상 아저씨관계이나 저희들은 기수를 따져서
다같이 선,후임으로 지냈습니다, 명령,지시는 못하고
가끔 부탁정도 요청하는 정도 였지요) 한테도 경례도 좀 재밌게 우스꽝스럽게 해서 그나마 칙칙한 영내분위기를
살리려고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이를테면 타소속 고참과 제가 복도에서 마추치면 그 분은 양팔벌리면서 오라는 제스쳐를 취하시면
저는 잽싸게 달려가서 그분 허리춤을 감싸고 뭐 그런 식이였죠,
또 타소속 후임이 휴가라도 가면 교통비라도 대주면서 그렇게 지냈었습니다,
사실 그 선배의 행동,,,뭐 나름대로 그날 짜증나고 기분안좋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대하면 한두살차이야 뭐 그냥 친구로 지내고 반갑게 살갑게 대해주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렇게 까지 자존심내세우면서
날세우는 행동,
저는 도통 이해가 안되는군요,
그렇게 하면 살갑게 다가온 사람은 뭐가 되고
분위기만 더 우중충하게 되고,
더군다나 손찌검까지 하려는 행동은,,,휴,, 참
다시는 안마주치는게 좋을듯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