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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잤다.
무슨 소리인지 알수없는 입술의 달싹임, 음소거는 단지 목소리의 고저만을 제거할 뿐이다. 동공의 긴장이 자꾸만 풀리려고 한다. 저 여자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걸까.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내 귀에 들리지 않는 달싹임이라면 외면하면 그만인것을. 외면하는 것은 입모양이라도 보고 알아듣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는 것이다. 내 어깨를 감싸는 손도 결국 착각일거라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별해 본적 없는 연인과의 이별이다.
꿈이었구나.
잠 자면서 자는 영상도 꿈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꿈이다. 비슷하면서도 참 다르고, 참 다름에도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온적도 없는 사랑은 그렇게 떠났다. 나는 슬프지 않다. 애초에 그 누구와도 사랑의 교감이란 없었던 나에게 사랑의 아픔, 이별의 슬픔이란 없다. 그와 비슷한 감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전제가 없는 이상 허상에 불과하다. 항상 내 감정 통제 밖을 벗어나는 가슴 속, 작게 번져가는 파문 이상은 없었다.
교감하지 않는 사랑이란 없다. 그렇기에 마찬가지로 교감없는 이별 또한 없다. 애초에 교감이란게 없다면 그쪽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쉽게 부정되고 만다. 22살의 끝자락, 23살의 초입은 벼랑으로 나를 몰고간다. 나는 그 교감이라는 행복한 상상도 없이 메말라간다.
지각이다.
나는 인생의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고 있다. 하지만 중대한 실수를 했다. 시험 당일날, 나는 5시 반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들었으나 8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머리도 감는둥 마는둥, 세수도 하는둥 마는둥, 짐도 싸는둥 마는둥 서둘러 집을 나섰다. 입대하는 날도 이와 같을까? 아마도 그렇다면 퍽이나 서러울 것이다.
펜을 휘둘러 답안지를 작성하고 헐레벌떡, 도서관 자리 연장을 안해서 헐레벌떡, 모든 일이 헐레벌떡거리며 지나간다. 답안지는 그럭저럭 써서 낼 수 있었다.
두 달 남았다.
나는 시간을 가치있게 쓰고 있는가? 소중한 찰나가 지금 활자가 입력되는 이 시간에도 사라져가고 있다. 20대의 전반전을 넉넉히 반추하며 정리하고 싶은데. 아마 곧 20대 후반을 정리하고 싶어질 것이고, 30대를 정리하고 싶어질 것이고, 삶을 고이 정리해 모셔놓은 뒤 마감하고 싶어질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원체 기억이니 기록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기약된 내일이 있는 한 인생은 온전히 정리되지 않는다.
이제 남은 두 달을 어떻게 보내면 가장 가치있는 삶이 될까. 하지만 입대를 두달 앞둔 인생은 무엇을 하려고 발버둥쳐도 무의미하다. 심지어 그 발버둥치는 시간마저도 입대 전의 시간을 갉아먹을 뿐이다.
사랑하고 싶었다. 20대 초반, 그 존재 만으로도 축복인 시간들을 세례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늦었다. 공부할 시간, 한정된 시간, 내 시간.. 입대 전의 소중한 시간들이, 그렇게 자꾸만 떠나간다. 입대는 이미 늦었다. 하지만 20대의 중반엔 내가 꿈꾸는 새로운 삶을 기약하고 싶다. 그동안 유보해둔 술잔을 긍정으로 기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