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을 끝으로 모든 시험을 마무리하고 방학으로 접어들었다. 답안지를 썩 잘 쓴건 아니었지만 시험이 끝난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은 점차로 즐거워졌다. 하지만 억지로 끌어올렸던 정신력이 풀리는 동시에 몸은 순식간에 기운을 잃어갔다.

도서관에서 콜록거리면서 밤새 한숨도 안자고 버틴 일이 어지간히도 힘들었나 보다. 이틀연속 시험을 보는 바람에 내가 가진 정신력을 모두 끌어다 쓸 수밖에 없었다. 간밤에 내 우직한 벗이 맛나게 비우던 라면국물이 생각났다. 나는 지친 몸을 겨우겨우 가누면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밥을 먹자마자 침대로 쓰러졌다.

새벽 1시

거진 10시간은 잤을 것이다. 너무너무 추워서 몸을 웅크리며 덜덜 떨던 끝에 비실거리며 일어났다. 방안 온도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았지만, 몸은 몇년만에 온 초유의 감기몸살에 이미 찌들어 있었다.

군대가기전 어머니께 최소한 나약하고 아픈 모습은 보여주지 않아야 할 것이었지만, 아직도 어머니 앞에 서면 어리광을 부리게 된다. 어릴적 항상 약을 달고 살면서 골골거리며 자라왔기에, 아플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항상 어머니였다. 콜록거리며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꿀물을 마시고 꾸역꾸역 식사를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나를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눈빛에 눈물이 날 정도로 죄송했다.

'그러게 누가 이틀연짱 밤을 새랬어..'

전기장판 위에 누웠음에도, 지독한 감기몸살인지 견딜수 없이 춥고 아팠다. 몸을 제대로 가눌수도 없을 정도로 열이 나고 기운이 없었다. 이렇게 아파본 적도 참으로 오랜만이었고, 나는 모처럼 어머니 앞에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무슨 말을 내뱉을때마다 목은 거세게 헛바람을 토해냈다.

'엄마 궁금한게 있는데 왜 코는 양쪽이 한꺼번에 막히지 않는걸까?'

오랜만에 나를 만날 일에 기쁜 벗에게 아무래도 어려운 말을 해야할 듯 싶다. 이제 아프면 안되는데, 아플 여유도 없는데, 자꾸만 눈앞에 펼쳐진 방안의 풍경 변두리부터 슬며시 파문이 일었다. 어지럽다. 내 안의 마음 속 따뜻함이, 전기장판의 뜨거움에 지쳐 자꾸만 이지러지려 하고 있다.

새벽 3시

잠이 오지 않음을 핑계로 누운채 꾸역꾸역 컴퓨터를 할 정도로 정신은 온전한가 보다. 생각해보면 참 독한놈이란 소리 많이도 들었는데, 사실 키보드 두들기면서 독하다는 소리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것 같다.

아프기 전에 시험이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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