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차 야채짬대전

작년 겨울을 끝으로 마무리 된줄만 알았던 야채짬 매립작전이 부활했다. 취사장 뒷편 돌계단으로 올라가면 있는 연대OP, 그곳을 중심으로 1, 2, 3지구(명명)가 있는데, 1지구는 나무뿌리가 많은 소형 매립지로 거리가 비교적 가깝지만 발각도 쉽다. 2지구는 야채짬 매립지로는 그야말로 최적입지, 3지구는 연대병력이 훈련시 주둔하는 숙영지로 거리는 가장 멀지만 면적이 넓어서 작년 겨울에 3동으로 구획을 나눠서 매립한 바 있다.

작년 여름 막내였던 나는 홀로 해야하는 야채짬 매립이 힘들고 버거워서 1지구에 매립없이 다이렉트로 쏟아붓다가 연대주임원사에게 발각되어 몇달치의 야채짬을 파묻고 흙과 낙엽으로 은-엄폐시켜야만 했던 아픔이 있다.

그 이후 부식 나오는 월수금마다 일일이 짬을 묻기 힘들었던 우리는 잔반처리장 옆에 야채짬이 가득찬 가구를 쌓아놓고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어언 두어달, 짬내 풀풀 풍기는 가구는 마치 빌라 수준으로 쌓였고 최적의 구더기 부화장소가 되어 일명 '파리빌라' 로 불리기에 이르렀다.

그걸 또 연대 1,3종담당관에게 발각당해 온 간부들에게 개털리고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고난의 짬산행이 시작되었는데, 100여개의 가구에 담긴 3개월된 썩은 짬들을 들고 릴레이매립에 들어갔다.

순식간에 3지구는 풀방, 당시 2지구는 개발되지 않았던 고로, 곧장 결행된 1지구로의 이동은 무려 고초소 직전까지 기어올라가야 하는 3대대 영내 최고 고지이자 가시나무로 뒤덮인 난코스!

그날 밤까지 가구를 열심히 날라 3지구쪽에 은엄폐시킨 뒤, 다음날 아침부터 곧장 1지구까지 끌어올려 묻어야만 했고, 과학적 토지개발계획(?)에 의해 1, 2, 3동으로 나뉘어 1동부터 차례로 매립되고 겨울까지 훌륭한 매립지로 기능했다. 여긴 사실 연대급 훈련시 연대병력의 숙영지라 2009년 9월로 예정된 연대전술때 그들에겐 참으로 짬내나는 지독한 잠자리가 될 듯하다.




2. 2차 야채짬대전


5월 14일, 야채짬을 둘러싸고 3대대는 짬엉클과의 계약일방파기로 인해 그간의 야채짬과 짬통짬을 모두 매립해야할 위기에 빠졌다.

짬엉클은 그간 밀린 4달치 짬통비로 협박했지만 대대장은 완강히 거부하고, 짬엉클은 짬통을 들고 올때마다 우리에게 연병장에 짬통 엎어버린다며 개지랄지랄했지만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저 연신 죄송하다면서 은근히 멸치상자 몇개, 맛스타나 건빵 따위를 쥐어주며 그를 토닥토닥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임 관리관의 승인은 결국 대대장의 승인 없이 자행된 것으로 밝혀졌고, 4달치 채무불이행으로 분노에 찬 짬엉클은 파업을 선언했지만, 우리는 그의 샤우팅에 연신 '죄송합니다' 만을 반복하며 그저 그가 떠나기만을 기다렸다.

저번에 야채 삶아서 버렸더니 '네놈들 짓이니까 네놈들이 치워보라' 며 취사장 뒷편에 짬통을 쏟아버린 적이 있어서ㅎㄷㄷ 또다시 삶아서 버릴 수도 없다고 했더니 관리관은 묻으라고-_-.. 그 많은걸?

짬통 1개에 15000원이니까 그냥 내가 내겠다는데도 무조건 묻으라는 관리관에게서 군인정신 재확인. '몸으로 때워라' 결국 배병장에게 삽과 곡괭이를 빌려 노왕과 난 2지구, 양왕과 아이들은 1지구로 이동했다. 이 몇달만에 하는 짬산행인가! 감개무량-_-

우리가 2지구에 대형호를 파는동안 1지구의 양왕조는 아직도 작년 짬이 나온다며 발굴(?)을 하고있었다. '감자님의 변사체다!!'

짬통의 내용물은 야채짬, 하수구 거름망, 튀김찌꺼기, 배수로 쓰레기, 감자탈피당근탈피무탈피 찌꺼기 등등 완전 우웩이다. 큰 짬통 짬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냄새가 고약한데, 파내려갈수록 기상천외한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절인고추? 단무지? 오이피클(-_-) 온갖 장아찌들.. 리얼 발효과학 제품들이 기막힌 냄새를 풍기며 쏟아져나오는데.. 특히 쌀 씻을때 버려진 썩은 쌀들은 정말 유후~~

막내아동들이 짬삽으로 짬을 나눠담는동안 우린 짬산행을 결행했고, 나와 노왕은 팔업삽질로 그동안 아껴뒀던 2지구 대개발작전에 들어가 지하1층까지 파내려갔다. 하지만 그 거대한 대형호는 순식간에 썩은 짬으로 메워졌다. 흙으로 덮고 다지는 중에 발이 푹푹 빠지고, 마치 물풍선 위를 걷는것처럼 은엄폐지역은 밟을때마다 흔들리고 심지어 용암(?)을 분출하기도 했다. 우씨..

우리는 짬산행을 마무리하고 내려와 소화전을 틀어 소화전호스로 물놀이하며 몸에 밴 썩은내를 떨쳐버렸다. 오죽 냄새가 나면 그동안 길들여온 야옹이마저 나의 손을 거부하고 줄행랑을 쳤다ㅠ



큰 돈 안드는거면 몸으로 때우는게 아니라 비용을 지불하는게 기회비용상 이득으로 보이는데, 군대는 시간은 얼마든지 써도 좋으니 푼돈은 아끼려는 것인가. 하긴, 어차피 우린 이미 일당 몇백원 받고 일하고 있긴 하다.

아이러니컬한건 묻으라고 하면서도 막상 묻었다가 발각되면 한참 박살나게 욕먹는다는 사실. 안걸리게 묻으라니. 그래서 대대장이 자리를 비운 오늘이 길일이었던 것이다. 한편 취사장 앞에 새로 만든 식기건조장엔 병사들의 손 말리는 핸드드라이기에 로션까지 구비되어 있는데, 이런 비실용적인 호화판과는 대조적으로, 짬처리 하나 못하는 취사장 뒷편 거지꼴의 실체를 보면, 이 단편적인 풍경 만으로도 군대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뭐든 '보여주기' 식. 군대는 이래서 안된다.

해안소초시절 갯벌에 짬통 채로 묻었다던 양왕의 전설은, 대대에 들어와 숙영지에 매립하는 우리의 삽질과 결합되어 비로소 신화가 되었다. 서해안에 발견된 파랗고 둥근 괴물체는 양왕의 짬통이다. 우리는 올해까지 어떤 어처구니 없는 신화를 남기고 '명예롭게' 전역하게 될까.
저작자 표시 변경 금지
tagged with  , , ,
TRACKBACK ADDRESS
http://sungbok.com/trackback/926 관련글 쓰기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1  ...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  ... *538 
count total 340,319, today 1, yesterday 44
rss

전체 글 보기
추억 만들기
보낸 편지함
A+을 향한 리포트 공작소
SB 행복투자 펀드
복2의 재테크 테크닉
복병장 취사일기
씨알 텍스트
성복닷컴 작업 노트
글상자